졸업전시 작업노트, 2021


#낭만과 공포
어제의 낭만은 오늘의 공포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낭만적인 것은 누군가에겐 폭력적인 공포일 수 있다.
묘하게 어울리는 두 단어는 미세한 한 끗 차이에서 벌어져 되돌릴 수 없게 달라진 것이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흔히 낭만적인 풍경에서 자주 보이는 소재들로 공포를 조성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나무에 피어오르는 이끼들을 다소 징그럽게 그려보는 사소한 장난부터 시작해 본다.
아니면 약간 꺼림칙한 상상이 되는 번호들도 좋겠다. 조금더 대놓고 장난을 쳐볼까. 지나치게 예쁜 빨간 꽃 하나를 따와 크게 부풀려 본다. 새하얀 눈 밭 위라면 더 좋겠다. 그렇게 낭만적인 소재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정에 점점 주목한다.


#Nothing Happened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 아래에선 이상하게도 이기적인 자유함을 느낀다. 불풀려진 낭만, 지나친 아름다움, 기분 좋지 않은 시선, 블편함을 잔뜩 제공해도 아무 일도 아닐 수 있으니 말이다. 꽤나 폭력적인 말이다.



김영현